예술의 미래는 어디에서 시작될까 — 프리즈 런던 2026,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는 다섯 날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에 서 있는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는 것도 설레는 일이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 앞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순간은 어떨까요? 매년 가을 런던 리젠트 파크를 거대한 미술의 무대로 바꾸는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이 2026년 10월 14일부터 18일까지 돌아옵니다. 올해는 42개 국가와 지역에서 172개 갤러리가 참여합니다. 세계적인 갤러리들의 주요 작품부터 실험적인 신진 작가의 작업까지, 오늘날 현대미술이 향하는 여러 방향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기회입니다.
[[image:https://static.frieze.com/frieze/files/article/inline/Frieze-London-2025.jpg?VersionId=Ep2aUH8pPNsEAVMEybNgUGEfVeKb0VSx|Frieze London 2025. Photo: Linda Nylind. Courtesy: Frieze (이미지출처: https://www.frieze.com/article/ultimate-guide-frieze-london-2026)]]
2003년 시작된 프리즈 런던은 세계 현대미술 시장의 주요 행사로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같은 공원에서 열리는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ers)**가 고대부터 20세기까지의 미술을 다룬다면, 프리즈 런던은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움직임에 주목합니다. 두 행사를 합치면 48개 국가와 지역에서 약 300개 갤러리가 모입니다. 과거의 걸작과 아직 평가가 완성되지 않은 현재의 작품이 나란히 놓이는 셈입니다.
이번 회차를 관통하는 방향은 **'발견(Discovery)'**입니다. 하나의 공식 주제를 모든 작품에 적용하기보다, 새로운 작가와 젊은 갤러리, 독립적인 큐레이터의 시선을 관람 경험의 중심에 배치했습니다. 프리즈의 페어 총괄 책임자 크리스텔 샤데(Kristell Chadé)가 강조한 것도 세대와 지역, 분야를 넘나드는 새로운 관점과 발견입니다.
그 방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올해 새롭게 마련된 **'더 코드 유니버스(The Code Universe)'**입니다. 베이징 인사이드아웃 미술관 관장인 캐럴 잉화 루(Carol Yinghua Lu)가 기획한 이 섹션은 대중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며 소비되는지를 예술의 시선으로 탐구합니다. 일상의 소비재, 대중매체의 이미지, 끊임없이 흐르는 정보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정체성을 형성하는 힘입니다.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여러 세대의 작가들이 사회 변화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살펴보는 자리입니다.
[[image:https://static.frieze.com/frieze/files/article/inline/oototol-untitled-c-1990-2000-valentine-fl26-the-code-universe_0_1.jpg?VersionId=gvd6uEKW3HhH_TyIvqHgeyin12OHLWLL|Oototol, Untitled, c.1990-2008, Chinese ink on canvas, 154 x 214 cm. Courtesy: ROH (이미지출처: https://www.frieze.com/article/frieze-london-2026-curated-sections-next-generation-artists)]]
특히 폐금속을 작업의 재료로 활용하는 셀마 셀만(Selma Selman), 일본의 실험적인 예술가 오타케 신로(Shinro Ohtake), 사회적 구조와 접근성의 문제를 다루는 캐럴린 라자드(Carolyn Lazard) 등의 참여가 눈길을 끕니다. 서로 다른 작품들을 비교하면서 대중문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지 질문해 보아도 좋겠습니다.
[[image:https://static.frieze.com/frieze/files/article/inline/shinro-ohtake-scrapbook-68-2014-take-ninagawa-greengrassi-fl26-the-code-universe.JPG?VersionId=D6tMnjnLkYZljhm2S7cNhjbb2hLF76mF|Shinro Ohtake, Scrapbook #68, 2014-2016. Mixed media artist book, 722 pages, 20kg, 41 x 39 x 33 cm. Courtesy of the Artist, Take Ninagawa, Tokyo and greengrassi, London (이미지출처: https://www.frieze.com/article/frieze-london-and-frieze-masters-2026-celebrate-global-artists-and-histories)]]
또 하나 주목할 곳은 **'아티스트 투 아티스트(Artist-to-Artist)'**입니다. 이 섹션에서는 유명 갤러리나 시장의 평가보다 예술가가 동료 예술가를 바라보는 안목을 앞세웁니다.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작가 일곱 명이 주목할 만한 작가를 한 명씩 추천하고, 선정된 작가들은 개인전 형식으로 신작과 근작을 선보입니다.
한국의 김아영이 추천한 이은성(Eusung Lee), 오토봉 은캉가가 추천한 조타 몸바사(Jota Mombaça), 잉카 쇼니바레가 추천한 우나티 음콘토(Unathi Mkonto) 등이 참여합니다. 작품 자체뿐 아니라 '왜 이 작가가 다른 작가를 추천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관람하면 더욱 흥미로운 섹션입니다.
[[image:https://static.frieze.com/frieze/files/article/inline/paul-robas-long-story-2026-alice-amati-fl26-artist-to-artist.jpg?VersionId=OMZfsfZzm8Jj3emN12mnt9hHda0vkGrp|Paul Robas, Long Story, 2026, ink, encaustic and oil on board, 20 x 30 cm. Photo: Roberto Apa. Courtesy: © Paul Robas and Alice Amati, London (이미지출처: https://www.frieze.com/article/frieze-london-2026-curated-sections-next-generation-artists)]]
젊은 미술의 현주소가 궁금하다면 **'포커스(Focus)'**를 놓치지 마세요. 신진 갤러리 35곳이 참여하는 이 섹션은 실험적인 작품과 새로운 표현 방식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엘라 플렉(Ella Fleck)의 소리와 진동을 활용한 조각 작업, 로리 스미스(Laurie Smith)가 영국의 성소수자 클럽 역사에서 출발해 제작한 회화 등은 동시대 미술이 기술과 사회적 기억을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는지 보여줍니다.
[[image:https://static.frieze.com/frieze/files/article/inline/diezgallery-JessicaWilson_Frieze.jpg?VersionId=nbfnUMCG_wO6nebupEKoGGVk4PqD238H|Jessica Wilson, Sweet Nothing, 2025-2026, up to 12 repurposed LED taxi tops, custom mapping software, CG animation, infinite loop,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the artist and diez (이미지출처: https://www.frieze.com/article/frieze-london-2026-curated-sections-next-generation-artists)]]
물론 프리즈의 매력은 신진 작가에게만 있지 않습니다. 가고시안, 하우저 앤 워스, 페이스, 화이트 큐브 같은 세계적인 갤러리들도 참여합니다. 가고시안의 알베르트 욀렌(Albert Oehlen), 리슨 갤러리의 달턴 파울라(Dalton Paula), 페이스의 마리나 페레스 시망(Marina Perez Simão) 등 주요 작가들의 발표를 통해 현재 미술시장이 주목하는 작업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시장 밖으로 나와도 예술은 계속됩니다. 리젠트 파크의 잉글리시 가든에서는 파토슈 위스테크(Fatoş Üstek)가 기획한 야외 조각전 **'프리즈 스컬프처(Frieze Sculpture)'**가 열립니다. 11명의 국제적인 작가가 참여하며, 앙헬 오테로의 《Dreams and Salt》를 비롯한 조각 작품들이 공원 풍경과 어우러집니다. 9월 16일부터 11월 1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페어의 열기를 야외로 이어가기에 좋습니다.
[[image:https://static.frieze.com/frieze/files/article/inline/Angel%20Otero_Dreams%20and%20Salt_2025%E2%80%932026_Frieze%20Sculpture%202026_Presented%20by%20Hauser%20%26%20Wirth_Photo%20by%20Linda%20Nylind_02_0.jpg?VersionId=FrURsitRzdhA2F1MLzRyiC_BzDVWIOlz|Angel Otero, Dreams and Salt, 2025–2026.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Photography by Linda Nylind (이미지출처: https://www.frieze.com/article/frieze-sculpture-2026-angel-otero-dreams-and-salt)]]
프리즈 런던은 작품을 사고파는 아트페어이지만, 관람객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예술의 언어를 발견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미 유명해진 작가의 작품을 확인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 막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작가들에게 시선을 돌려보세요. 훗날 미술사의 중요한 이름으로 기억될 누군가를, 2026년 가을 런던에서 먼저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