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이동훈미술상 본상 수상작가전: 임송자

제23회 이동훈미술상 본상 수상작가전: 임송자

[기획의도]
임송자는 60여 년 동안 사람의 얼굴과 몸을 조각해왔다. 인체라는 오래된 조각의 주제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구상조각을 발전시켜왔다. 이번 전시는 임송자의 조각을 ‘바라보다–만지다–세우다’라는 세 가지 움직임으로 살펴본다. 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손과 재료를 거쳐 조각이 되고, 다시 여러 몸의 방향과 거리 속에서 공간으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임송자에게 사람을 조각한다는 것은 단순히 눈앞의 모습을 닮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는 가족과 친구, 동료, 제자 등 가까이 지내온 사람들을 오래 바라보며 얼굴과 표정, 자세에서 각자의 특징을 발견해왔다. 조카들을 모델로 한 〈지연 얼굴〉과 〈우인 얼굴〉은 얕은 부조와 거친 표면, 드로잉처럼 남은 선을 통해 한 사람을 구별하게 하는 특징을 간결한 형태로 포착한다.
그렇게 바라본 사람은 작가의 손을 거쳐 조각이 된다. 흙을 붙이고 밀고 누르고 떼어내는 동안 얼굴과 몸은 서서히 모습을 갖춘다. 〈손96-1〉과 〈내가 만난 사람-혜정〉, 〈내가 만난 사람-윤수〉에서는 손과 얼굴, 옷 위에 남은 소조의 흔적을 통해 관찰한 얼굴과 몸이 손과 흙을 거쳐 어떻게 조각으로 만들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만들어진 몸은 다시 공간 속에 세워진다. ‘늦은 귀가’라는 부제가 붙은 〈현대인 96-2〉는 버스 정류장에서 귀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몸짓과 간격을 통해 같은 장소에 머물면서도 저마다의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 몸과 그 사이의 빈 공간은 개별 인물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장소를 만들어낸다. 이때 인체는 바라보는 대상에서 나아가 공간을 구성하는 조각적 요소가 된다.
6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임송자의 인체 조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자신의 작업을 완성된 것으로 여기기보다 “새로운 시도를 꿈꿀 수 있는 계기”를 이야기하는 임송자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그가 오랫동안 이어온 인체 조각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그 작업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를 바라보는 자리이다.

[전시내용]
Ⅰ. 바라보다 — 한 사람을 관찰하는 거리
임송자의 조각은 사람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그는 가족과 친구, 동료, 제자 등 직접 만나고 가까이 지내온 사람들을 오랫동안 모델로 삼으며 얼굴의 생김새와 표정, 고개의 방향과 자세에서 각 인물을 구별하게 하는 특징을 세심하게 관찰해왔다. 이를 극적으로 과장하기보다 자신이 바라본 모습을 함부로 해석하지 않고 조각에 담아내는 것이 임송자 인물조각의 출발점이다.
〈흉상〉과 초기 〈Contemporary(현대인)〉를 비롯해 〈벤뚜렐라의 얼굴〉, 〈오씨의 얼굴 96-1〉 등에서는 인체의 구조와 양감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조형 감각과 함께 인물을 관찰하는 작가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조카들을 모델로 한 〈지연 얼굴〉과 〈우인 얼굴〉에서는 이러한 관찰이 낮은 부조와 거친 표면, 선처럼 남은 흔적을 통해 보다 간결하게 나타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와 모델의 관계 자체보다 임송자가 한 사람에게서 무엇을 바라보고, 그것을 어떻게 조각으로 옮겼는지에 주목한다.
Ⅱ. 만지다 — 손과 흙이 형상을 만드는 시간
바라본 얼굴과 몸은 작가의 손과 재료를 거치며 조각이 된다. 임송자는 흙을 붙이고 밀고 누르고 다시 떼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인체의 형태를 만들어간다. 특히 테라코타 작품에서는 완성된 표면을 매끄럽게 정리하기보다 손으로 흙을 다룬 자국과 재료의 요철을 남겨, 하나의 형상이 만들어진 시간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흉상 93-1〉에서는 흙을 덧붙이고 덜어내며 얼굴과 몸의 양감을 만들어간 과정이 선명하게 나타나며, 〈손96-1〉은 조각의 대상인 ‘손’과 조각을 만드는 작가의 ‘손’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내가 만난 사람-혜정〉과 〈내가 만난 사람-윤수〉에서도 얼굴과 손, 옷 위에 남은 소조의 흔적을 통해 관찰한 사람이 재료와 손의 움직임을 거쳐 조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임송자에게 소조는 미리 정해진 이미지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흙과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이다.
Ⅲ. 세우다 — 몸이 공간 속 존재가 되는 순간
완성된 몸이 공간 속에 세워지면서 임송자의 관심은 한 사람의 얼굴과 몸에서 여러 인물이 함께 만들어내는 장면으로 확장된다. 인물의 자세와 몸의 방향, 서로의 거리와 그 사이에 생겨나는 빈 공간은 각각의 인물을 표현하는 것만큼 중요한 조각의 요소가 된다. 관람객 역시 작품의 주변을 이동하며 서로 다른 방향에서 인물과 그들이 만들어낸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늦은 귀가’라는 부제가 붙은 〈현대인 96-2〉는 버스 정류장에서 귀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서로 다른 자세와 방향을 취한 인물들은 각자의 모습으로 서 있으면서도, 그 사이의 간격과 빈 공간을 통해 하나의 일상적인 장소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관심은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현대인 05-1〉에서 더욱 확장된다. 실제로 작가가 만나고 관찰한 사람에서 출발한 각각의 인물은 공간 속에서 다른 몸과 관계를 맺으며, 우리가 거리와 일상에서 마주할 법한 ‘현대인’의 모습으로 넓어진다.